경향신문
이복현 “은행의 약탈적 행위 문제의식 최고조”
입력 : 2023.02.17 17:54 수정 : 2023.02.17 18:46
유희곤 기자
“은행권 취약계층 10조원 지원책, 본질 벗어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약탈적 행위”를 비판하면서 “실효적 경쟁이 존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3일 만이다.
은행권이 최근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책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는데 본질과 어긋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 후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가격결정기구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은행이 지점 수를 줄이면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고 고용 인력도 줄고 있다”면서 “(반면) 소비자로서는 은행 간 상품이나 금리는 큰 차이가 없는데 은행은 금리상승기에 수십조원의 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 우월적 지위 이용 행태가 적절한지 강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정점에 있다”면서 “은행의 공공적 측면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데에는 독과점적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공공적 성격과 실효적 경쟁 촉진 방안이 상충하거나 모순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연합회가 지난 15일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민들이 왜 (은행권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과거에도 여러차례 사회공헌책을 내놨는데 몇 년 치를 모으면 몇십조원 규모일 것”이라면서 “(실제) 어떻게 공헌이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후 (받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손에 쥘 물 한 모금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금융권의 경쟁 기능 실패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다른 쪽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임직원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단기 성과를 (임직원들이) 나눠 먹기 한 것으로 끝나지는 않았는지, 중장기 (수익) 지표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종합적으로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은행의 건전성과 경쟁력 사이에서 조화를 찾을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학계·법조계·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오는 23일부터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