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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삼성생명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 대한방직 수사…아난티 이만규도 곧 소환
아난티, 2009년 부동산 매입 2개월 만에 삼성생명에 매도…469억원 차익
故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 아난티에 해당 부지 매각
검찰, 삼성생명 측 설 전 회장에 선(先) 접촉 정황 파악
김종용 기자
입력 2023.03.20 10:48
/연합뉴스
/연합뉴스
휴양콘도 운영업체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 서울 잠실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009년 아난티 측에 부지를 매각한 고(故)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설 전 회장이 아난티에 부동산을 매각하기 전 삼성생명 측과 먼저 접촉한 정황을 파악했다.
2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09년 대한방직에서 근무하던 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15년 5월
별세한 설 전 회장을 대신해 당시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측근들을 부를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설 전 회장과 삼성생명 사이의 직거래가 무산되고, 중간에 아난티가
끼어들어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2009년 6월 아난티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땅과 건물을 매입한 이후 삼성생명에 되파는 과정에서 수상한 거래 흔적이 있었다는 금융감독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아난티는 같은 해 4월 3일 해당 부동산을 설 전 회장으로부터 5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뒤, 잔금을 치르기도 전인 같은 해 6월 22일 삼성생명과 ‘준공조건부 판매
계약’을 맺으며 약 2배에 가까운 970억원에 되팔았다.
검찰은 설 전 회장과 삼성생명이 해당 부동산 매매를 두고 접촉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설 전 회장이 곧바로 삼성생명에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 설 전 회장→아난티→삼성생명으로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경위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아난티로부터 삼성생명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역할을 한 삼성생명 출신 브로커 황모씨가 중간에 아난티를 끼운 뒤 아난티에는 시세 차익을, 황씨 자신과 삼성생명에서 사옥 거래를 담당한 부동산사업부 소속 이모 부장은 뒷돈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설 전 회장 측 인사들을 비롯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아난티 전·현직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후 이만규 아난티 대표이사와 브로커 황씨, 부동산사업부 소속 이 부장 등 삼성생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설 전 회장은 대한방직의 자회사인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으로부터 부당하게 대출을 받아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히면서 한스종금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설 전 회장이 소유한 신천동 부동산에 대한 강제 경매를 시도했고, 그 사이 설 전 회장은 아난티 측에 해당 부동산을 매각했다.
한스종금은 김대중 정부 시절 벌어진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와도 관련된 회사다. 당시 한스종금 대주주였던 대한방직은 진승현 전 MCI코리나 부회장에게 헐값에 지분을 넘겼고, 이 과정에서 438억원의 특별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진 전 부회장은 한스종금 등 금융사를 통해 부당하게 대출을 받은 뒤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설 전 회장은 한스종금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종용 기자
김종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