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공격 일시중단" 러가 열어준 피란길 보니, 러시아 향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07 19:13
업데이트 2022.03.07 19:22
정은혜 기자
키이우 북부 지역 주민들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모스크바 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4시)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키이우, 하르키우, 마리우폴, 수미에서 출발하는 피란민 통로 경로를 공개했다. 이는 특히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주민이 러시아 군의 봉쇄 속 공격으로 수도·식량이 끊기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진 가운데 나온 조처다.
문제는 최종 대피소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브스티 통신이 공개한 경로가 최종적으로 러시아, 벨라루스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아노브스티 통신이 공개한 경로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에서 출발하는 피란 경로는 벨라루스를 향한다. 이후 러시아는 이들 피란민을 러시아로 공수해 데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출발하는 피란민 통로도 결국 러시아로 향한다. 북부 수미에서 출발하는 피란민 통로는 러시아 또는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륙 지역이 종착지다.
러시아는 대피 과정을 드론으로 감시하겠다고도 밝혔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의 인도적 작전을 방해하는 일은 무익하고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은 "완전히 부도덕한 조치"라며 "러시아는 TV 영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변인은 또 "그들은 우크라이나 시민이며 우크라이나 영토로 대피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날 러시아의 일시적인 공격 중단 결정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해 이뤄졌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3차 평화협상을 벌이기 위해 러시아 대표단이 7일 협상 장소인 벨라루스로 출발했다고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3차 협상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7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9시)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진행된다고 현지 집권당 의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