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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이라도 실력을 택했다…尹, 국정원장 김규현 발탁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18:32

 

업데이트 2022.05.09 18:53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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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외교안보수석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외교안보수석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으로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내정됐다.〈중앙일보 5월 9일 10면〉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10일 김 전 수석 인선안을 발표한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실력이 입증된 안보 전문가를 찾았고, 김 전 수석이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치의학과 졸업한 정통 외교관 

 

경기고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김 전 수석은 198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관 출신으론 다소 독특한 이력이지만, 외교부 내의 정통 북미라인 선두주자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북미1과장, 주미대사관 서기관·참사관·정무공사를 지낸 미국 전문가다. 국방부 국제협력관(국장급)을 맡아 안보에도 해박한 편이다. 당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보좌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업무를 맡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외교부 1차관에 이어 국가안보실 1차장과 2차장(외교안보수석 겸임)을 잇달아 맡아 북핵 위기와 중국의 사드보복 문제를 다뤘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국정농단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비서실장 직무 대행이 마지막 공직이다.

 

김 전 수석의 국정원장 발탁은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우선 군인이나 정치인, 혹은 국정원 내부 인사가 아닌 정통 외교관이 국정원장에 발탁된 건 문민정부 이후 처음이다.

여기엔 국정원을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이 해외·대북 정보 업무에 중점을 둔 첩보조직으로 재편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이 담겨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정원을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이 해외첩보, 대북정보 전문 기관으로 개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 사진은 지난 6일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당선인의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정원을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이 해외첩보, 대북정보 전문 기관으로 개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 사진은 지난 6일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당선인의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김규현 발탁엔 尹의 국정원 개편 의도

 

검사 시절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윤 당선인은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참모들에게 "국정원장과 독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수석은 북한을 북한의 시각에서만 바라봤던 현 정부와 달리 국제안보적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해외 정보 중심의 국정원 개편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김 전 수석의 스타일 역시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국정원장 인선과 관련해 초기엔 한기범 전 국정원 1차장 등 국정원 내부 출신 인사들, 혹은 국민의힘 쪽에서 추천했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이 후보군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으니, 중량급 있는 안보 전문가를 찾으란 주문을 했다”며 김 전 수석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이 가장 믿는 인사가 국정원장을 맡았던 관례를 봤을 때도 김 전 수석 인선은 이례적이다. 대선 당시 김 전 수석이 당선인에게 외교안보 자문을 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개인적 인연보단 악연이 더 많은 관계라서다. 김 전 수석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수사 대상자로 올라 공항에서 체포를 당하고 법정에 증인으로 서는 등 고초를 겪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그해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모습. 김경빈 기자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그해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모습. 김경빈 기자

 

 

 

당선인과 인연보단 악연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측근을 국정원장에 앉히는 것의 말로를 여러 차례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 전 수석과 오래 일해 온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도 직언했던 선배였다”며 “윤 당선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수석은 외교부에 근무하며 뛰어난 업무 능력과 강직한 성품으로 주변 선후배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과는 외무고시 동기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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