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지휘 감독을 받는 자치경찰제도...
토착비리의 온상이 될 것이고,
나라를 빠른 망국으로 이끌 것.
...... [2022-11-13] IIS 지식정보네트워크.
중앙일보
도입부터 우려…이태원 참사에 얻어맞는 '존재감 0' 자치경찰
입력 2022.11.12 08:00
업데이트 2022.11.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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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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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밤 홍대 거리 이태원 사고 합동 분향소 주위를 경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밤 홍대 거리 이태원 사고 합동 분향소 주위를 경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9시간 45분.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서울경찰청 지휘를 의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회의가 열린 시각은 이튿날 오전 8시가 돼서였다. 이 자리에서 서울 자치경찰위는 관계기관 협조, 현장 긴급구조지원, 교통관리, 피해자 및 유족 지원 등에 대한 지휘를 서울경찰청에 내렸다. 이미 사상자들 모두가 병원 또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참사 현장이 정리된 뒤였다.
현행법상 경찰은 재난 긴급구조 지원 업무를 맡는다. 그리고 경찰 내에선 이는 ‘자치경찰’의 업무로 분류돼 있다. 이태원 참사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에겐 아직 자치경찰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경찰 견제 장치 떠오른 자치경찰…존재감은 ‘0’
자치경찰제는 지역 치안 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지휘·감독하게 하는 제도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월 도입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 공약으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를 내건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전까진 자치경찰제는 제주도에서만(2006년 자치경찰단 출범)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제주자치경찰. 중앙포토
제주자치경찰. 중앙포토
자치경찰제는 경찰 업무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무로 나누고, 시·도지사 산하에 신설된 상근 합의제 행정기관 ‘자치경찰위원회’가 뼈대다. 자치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경찰청장이 아닌 자치경찰위에 보고를 하고 지휘를 받게 한 거다. 시·도지사와 자치경찰위는 경정 이하 자치경찰의 전보와 경감 이하에 대한 임용권도 갖게 됐다.
현행 경찰법은 자치경찰 사무로 ‘지역 내 주민의 생활안전 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 내 교통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와 경범죄, 가정폭력, 학교폭력 및 교통 관련 범죄 등 수사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경찰 사무를 주로 맡는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교통·여성청소년 등 부서 소속 경찰들의 신분은 ‘자치경찰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자치경찰 조직도. 사진 충북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 조직도. 사진 충북 자치경찰위원회
다만 개념적 변화에 걸맞는 겉 실질의 변화는 적었다. 자치경찰은 여전히 국가직 신분인 데다, 제복이나 일터 구분 없이 같은 경찰서에서 국가·자치경찰 사무가 뒤섞인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업무만 나뉘었을 뿐 업무 방식 등은 대동소이하다는 거다. 경찰 내에선 부서장에만 하던 보고를 자치경찰위에도 해야돼 번거롭고, 지휘체계의 혼란의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위기 상황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각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에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른바 ‘이원화’ 자치경찰 모델로, 독자적인 자치경찰 조직을 수립하려 했던 거다. 하지만 3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문제가 불거지고, 업무 혼선 등 우려가 제기되면서 자치경찰 업무를 분리하되 조직은 그대로 두는 방안이 확정됐다.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112상황실로 소속이 바뀌어 국가경찰로 남았다. 독자 조직도, 현장 인력도 없는 ‘반쪽짜리’ 자치경찰이 만들어진 거다.
자치경찰제는 도입 당시부터 우려의 대상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시작될 때 (경찰) 설문조사를 했을 때 내부에서도 별로 바라지 않았고, 국민들도 특별히 바라지 않았다”며 “명분상의 수사권 분권을 위한 도구적 장치로 (자치경찰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2019년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경찰관 8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6.8%가 자치경찰제 도입에 반대했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모습. 연합뉴스
당시 국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장(현 서울경찰청장) 출신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주민자치 의사를 반영한다는 명분 하에 지방의 토속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2020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고, 유민봉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일반 도민·시민·주민의 입장에서는 같은 경찰이지 국가경찰이 어디 있고 자치경찰이 어디 있느냐”(2019년 3월 14일, 국회 행안위)며 국가·자치경찰 사무 분리로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도 일원화 모델을 도입했을 경우 “자치단체의 사무가 경찰 자치사무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2020년 9월 10일, 국회 행안위)고 했었다.
실질화하거나, 폐지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재난 대응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치경찰제 실질화하거나,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교수는 “현재는 무늬만 자치 경찰이고 사실상 과거 중앙 경찰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등 완전한 이원화를 해 지자체가 재난과 관련한 책임과 권한을 온전히 갖게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원 상태로 복귀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치경찰 이원화를 국정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지난달 25일 행정안전부는 민관 합동 범정부협의체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 내 자치경찰분과위원회를 출범했다. 자치경찰분과위는 2024년까지 세종·강원·제주 등 지역에서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