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점프 업 코리아] 갈등공화국 탈출, 정치개혁에 달렸다
입력: 2023-03-02 09:53
김미경 기자
이념·젠더·세대 갈등으로 몸살
경제위기속 국민 걱정거리 전락
"3대개혁 적기 놓치면 용두사미
재정, 기업 투자 확대 유도해야"
대한민국호가 4류정치에 신음하고 있다. 이념 대립과 젠더 갈등, 세대 전쟁 등 사회가 전방위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치는 이를 조정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 갈등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여야 대결 정치의 산물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치가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국가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표 논리를 앞세워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 개혁 없인 위기의 대한민국호가 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반도체 불황에 수출 감소가 심각하다. 무역적자는 쌓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경제 하방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경기 둔화폭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고통은 심화하고 있다. 올해 1월 경제고통지수는 8.8로 1999년 6월 실업률 집계 기준 변경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방위적 사회 갈등으로 국론은 4분5열됐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을 넘어 젠더 갈등과 세대 전쟁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를 조정하고 해소해야 할 정치는 실종됐다. 진영논리가 판을 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은 뒷전이다.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만 올인하고 있다. 입법독주가 일상화 됐다. . 가까스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더니 이젠 이탈자를 색출한다고 혈안이다. 의석수를 무기 삼은 입법횡포는 점입가경이다. 여권과 경제계 우려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쌀 초과생산분 정부 의무매입)과 노란봉투법(노조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법) 등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재정준칙 도입법이나 'K-칩스법' 등 산업 경쟁력과 미래를 위한 법안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소수 여당은 무기력하다. 강행처리에 속수무책이다. 혁신의 장이 돼야 할 3·8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혈투의 장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유력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혼탁해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개혁 없이는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타임스가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했던 현안인식조사에서도 '정치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정치 현주소를 보면 여당은 무조건 정부 옹호, 야당은 무조건 정부 반대만 하고 있으니 건전한 정부도 건전한 정책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은 최종적으로 입법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 구조 속에서는 개혁을 할 수 없다"며 정치개혁이 모든 개혁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는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기가 어렵고,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요소들이 많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3대개혁의 적기를 놓치면 대한민국은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받게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사회적 갈등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국정에 녹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 연정이 가능한 권력 구조로 개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정보통신기술(ICT)융합학회장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현 정치 국면이 지속되면 이른바 '탈한국 러시'가 줄을 잇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는 "정치권과 정부가 이런 식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싸움만 하는 꼴"이라며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적자폭을 개선해야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한국경제 재정이 튼튼해져야 환율도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재정을 쓰려면 대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가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경·권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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