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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좋좋소 더불어민주당 (천하람)
by 천 하람
2023-06-06
3 minute read
더불어민주당의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인 수준으로 편향된 음모론자를 제1야당의 혁신위원장으로 데려오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정당의 자산 내지 상품은 결국 ‘사람’이다. 정책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메신저가 오염되면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국민들에게 닿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표현을 쓰기는 좀 꺼려지지만, 실제로 정당에서 사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대통령, 국회의원 후보 등을 공천함에 있어 정당내부의 경선 등 시스템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당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전당대회라는 거창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다.
대부분 중요한 자리는 선출을 거치지만, 임명직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 특히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장은 정당이 가장 신중하게 임명을 해야 할 자리다. 당원과 국민의 선출과정 없이 당을 혁신하거나 대표할 역할을 맡긴다는 점에서 인선의 기준 자체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혁신위원장, 비대위원장 인선은 당의 수준과 민낯을 정확히 보여준다. 선출과정 없이 고를 수 있으니 인지도나 인기 등에 관계없이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위원장은 그 당의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혁신위원장이 무너지면 그 당의 현재에 실패한 국민들에 더해 그 당의 변화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라도 품고 있던 국민들까지 등을 돌리게 된다. 짧게 말해 혁신위원장까지 이상하면 답이 없다.
이렇게 중요한 인선을 이렇게 대강한다니 믿기가 어렵다. 만약 국내 대기업에서 미래전략실장이나 준법감시위원장을 선임했는데 하루 만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사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인사를 추천하거나, 검증을 담당한 임원은 집에 가야될 것이다. 재벌총수가 직접 진행한 일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테다.
이래경을 임명한 이재명 대표도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이재명 대표는 본인을 재벌총수 격이라고, 민주당의 주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안부재론에 기대 겨우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원내도 장악하지 못한 임기제 임원에 불과하다. 애당초 YS, DJ 총재시절이 아니면 누구라도 자기가 당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정치권에 몸담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렇게 중요한 조직이 이렇게 대강 돌아갈 수 있나’ 놀랄 일이 늘어난다. 대기업은커녕 중견기업 정도의 시스템만 갖춰도 그게 곧 정당개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실제 대기업이었다면 이래경 인선 같은 일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선과정에서 과거 SNS 검토는 물론 평판조회까지 거친 보고서가 당연히 작성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래경씨의 천안함 자폭 같은 내용을 몰랐다고 하는데, 믿기도 어렵지만, 실제로 몰랐다면 그게 더 문제다. 이래경씨의 경우 문제점이 숨겨져 있던 것도 아니다. 과거 자녀의 학폭 이런 문제가 아니라 SNS에 공개적으로 쓴 글 자체가 터무니없는 수준인데, 이걸 못 걸러낼 수가 있나.
10분만 SNS를 살펴봐도 알 수 있을 문제를, 그 중요한 혁신위원장 인선을 하면서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본인이 직접 하지 않더라도 그 큰 조직이 있는데, 지시만 내리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정치의 대기업이다. 소속 의원은 물론 당직자, 보좌진 등을 포함하면 당대표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도 결코 적지 않다.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그런데 운영은 1인 회사나 가족회사 수준이다. 당 대표가 있는 조직도 활용 못하는 모습이 끝없이 나온다.
기대수준이 워낙 낮아서 그렇지, 애초에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당 대표의 거취까지 결정할 수 있는 전권형 혁신위원장을 선임한다면서 해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이재명 지킴이’로 인선을 한다니 이게 무슨 헛일인가 싶다. 최소한 이재명 대표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모양새라도 내면서 회피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선임을 발표했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염치다.
혁신기구 설치는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 일동’ 명의로 결의된 사항인데, 해당 결의문에서는 혁신기구 설치를 당 대표에게 일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실무적인 작업은 당 지도부가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의원총회를 열어서 새로운 혁신위원장 임명을 논의하고, 승인한 후에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잘 하기 어려우면 최소한의 염치와 원칙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자리를 지킬 욕심에 눈이 먼 것인지 아니면 조직을 관리하고 활용할 최소한의 능력도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유능한 행정가라는 이미지마저 사라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시스템을 제대로 세울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단기간에 시스템을 정립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최소한 레드팀 역할을 할 사람이라도 둬야할 텐데 현실은 이재명 대표 주변에는 이래경씨처럼 북한, 러시아, 중국을 애정하는 그 레드팀만 있는 것 같다.
양당이 ‘잘하기 경쟁’을 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써본 글이지만, 문제는 이런 ‘이재명의 민주당’도 압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다. 앞으로 꾸준히 개선의 방향과 방법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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