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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11번가 ‘손절’에 분노한 투자자들... 업계서 흔히 쓰이던 ‘콜앤드래그’ 자취 감출 듯

 

 

노자운 기자

입력 2023.12.04 06:00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SK스퀘어(49,600원 ▲ 550 1.12%)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포기하면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SK는 배임 소지가 있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데, 실은 11번가의 사업 가치가 떨어져 떼어내기로 결정했을 뿐 배임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번 사례를 본 출자자(LP)들은 앞으로는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구조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밖엔 선택권이 없어지게 됐으며, 이미 콜앤드래그 구조를 짜놓고 투자한 곳들은 서둘러 회수 추진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 1조 지분 포기하고 “배임 소지 있어 불가피했다”

 

4일 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2018년 당시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 PEF 운용사 H&Q코리아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로 구성)을 대상으로 지분 18.18%를 발행하면서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국민연금이 단독 LP로 들어간 프로젝트 펀드가 3500억원을, H&Q의 3호 블라인드펀드가 1000억원을, MG새마을금고의 프로젝트 펀드가 500억원을 나일홀딩스에 각각 출자했다.

 

계약에는 드래그앤콜 조항이 들어 있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시 컨소시엄이 SK의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Drag along)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전에 SK가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함에 따라 FI는 11번가 지분을 팔고 원금에 연 이자 3.5%를 더한 5500억원을 먼저 회수할 권리를 얻게 됐다. 만약 11번가가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된다면 SK스퀘어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콜옵션 포기를 확정지은 SK스퀘어는 배임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법리적으로 배임 여부를 따지는 건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배임은 법원에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번 SK의 배임 논리에 대해서도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SK의 콜옵션 행사를 배임으로 볼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배임 주장이 면피를 위한 방어 논리일 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형로펌 M&A 전문 변호사는 “SK스퀘어 입장에서는 드래그얼롱으로 자산(11번가 지분)을 모두 날릴 가능성과 콜옵션을 행사해 터무니 없이 큰 돈을 쏟아부을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 그나마 회사에 더 이득이 될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했다”며 “비싼 값에 지분을 되사와도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만큼, 콜옵션 행사를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기업가치가 급락한 회사 지분을 예전 밸류로 되사는 걸 배임으로 본다면, 반대로 장부가 1조원으로 반영해놓은 지분 가치를 0으로 만드는 것도 배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번가 FI 중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한 국민연금이 이번 콜옵션 포기 때문에 굉장히 화가 나있는 것으로 안다”며 “SK 입장에선 면피를 위해 배임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의 기업가치는 FI 투자 당시 2조7500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큐텐과의 협상 과정에서 1조원 이하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는 SK그룹 계열사와 관련된 딜이 다수 진행 중이다. SK팜테코가 66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맺고 2차 클로징을 추진 중이며, 원스토어는 1000억원을 투자한 SKS PE와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엑시트를 위해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연금 등 ‘큰손’들 사이에서 SK 계열사 딜을 기피하는 심리가 강해진다면,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 FI들 “이제 콜앤드래그는 전부 배제”

 

IB 업계에서는 SK스퀘어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는 시장에서 콜앤드래그 구조가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콜앤드래그 조항을 넣어 지분 인수를 한 FI들의 경우, 엑시트를 빨리 마무리하라는 LP들의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콜앤드래그 구조를 짰던 것은 풋옵션을 넣으면 회계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반드시 갚아줘야 하는 만큼 투자 유치가 아닌 빚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반면 콜앤드래그 조건으로 투자를 받으면 일부만 부채로 계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회사 지분을 되사가는 만큼, 콜앤드래그는 사실상 ‘꼼수 풋옵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 PE 임원은 “앞으로 어떤 LP가 콜앤드래그를 허용해주겠느냐”며 “향후 투자를 유치할 다른 기업들은 풋옵션을 넣고 부채로 계상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딜을 검토 중인 FI들은 콜앤드래그 선택지를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콜앤드래그 조건으로 제안이 들어온 딜이 있었는데, 11번가 사례 때문에 그냥 접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콜앤드래그가 불가능해지면 풋옵션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앞서 SK온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등으로부터 2조8000억원을 투자 받으며 풋옵션을 넣었다. 2026년 말까지 IPO에 실패하면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M&A 전문 변호사는 “이전에는 콜앤드래그 조항에 한계가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음에도 대부분 투자 받은 기업이 콜옵션을 행사해서 지분을 되사갔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콜앤드래그 구조를 짰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SK가 11번가를 포기해버리는 걸 보며 많은 PE들이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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