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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m 식별' 못하는 군사위성 쏴봤자 무용…우주항공청 급한 이유 [Focus 인사이드]

 

 

입력 2023.12.05 05:00

 

업데이트 2023.12.0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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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록

 

 

지난 2일 우리 군의 독자적인 4·25 군사정찰위성 1호기(EO/IR) 발사에 성공했다. 아직 4대의 후속 발사가 남아 있지만, 이번 발사 성공은 유사시 우리 군의 독자적 감시능력 향상과 대비태세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평가할만하다. 1978년 한·미 연합군사령부 창설 이후 미군에게 크게 의존해 오던 군사정찰위성 정보(영상정보)를 이제는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우리 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던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하고 있다. SpaceX

지난 2일 우리 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던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하고 있다. SpaceX

 

여기서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 운용의 의미’는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군사정찰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위협이 예상되는 적 활동(표적)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하는 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임무를 지시할 수 있다는 권리적 의미다. 일반적으로 군사위성운용은 위성에게 촬영임무를 지시하는 계획 및 임무지시 단계(1단계), 위성이 촬영하여 지상의 수신소로 전송한 위성사진을 영상전문판독관이 판독하는 단계(2단계), 그리고 판독한 위성 사진을 다출처의 정ㆍ첩보와 융합하여 분석하는 정보융합단계(3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군은 독자적 군사위성이 없어서 미군의 영상정보를 지원받아오면서 제1단계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었다.

 

사실 1단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으면 정보활동의 전 단계가 피동적이고 의존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보활동의 중요한 원칙인 적시성ㆍ정확성ㆍ완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1, 2, 3단계 모두 중요하고 생략할 수도 없지만, 1단계는 2, 3단계를 거쳐 생산된 정보를 바탕으로 계속 상대의 표적을 놓치지 않고 반복 및 중첩 감시로 추적하는 피드백 과정에서 정보수집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해주는 원천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군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감시수단(출처)이 아니라면 여타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출처에 대한 적시적인 신뢰도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정보는 신뢰도가 높아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는 데 신뢰도는 정보출처의 독자성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 우리 군의 독자적 군사위성운용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4ㆍ25 군사정찰위성의 독자적 운용의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예를 들어 북한지역에서 자동차인지. 탱크인지. 포인지. 방사포인지. 어떤 종류의 미사일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인공위성 성능의 기준점은 해상도 30㎝급 이내의 고해상도여야 한다. 4ㆍ25 군사정찰위성 사업의 작전요구성능(ROC)이 서브 30㎝급인 이유다. 금번 발사한 1호기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가 바로 30㎝급 고해상도다. 인공위성이 상대국의 무기체계를 분별할 수 없으면 상업적 가치는 있을지언정 군사적 가치는 적다. 따라서 4ㆍ25 군사정찰위성은 일반 상업용 위성이 아니라 우리 군의 독자적 3축 체계의 눈이 되는 군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무기체계다.

 

 

지난 3일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어머니대회 참가자들이 정찰위성 관련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지난 3일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어머니대회 참가자들이 정찰위성 관련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돌이켜보건대 우리 군이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 운용의 중요성을 피부로 깨닫는 데에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이 계기가 되었다. 천안함 도발주체인 연어급 잠수정, 연평도 포격도발 주체인 122㎜ 방사포를 감시하고 대비하는 데는 당시에도 다양한 감시수단과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DMZ 이남 경로에서 북한 쪽 감시는 쉽지 않다. 감시가 어려운 산악지형 후사면에 은밀히 무기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대신 군사정찰위성은 북한의 우주 상공에서 직하방으로 촬영할 수 있어 사각이 적고 고해상도라서 포나 미사일의 종류도 판단이 가능한 우주감시수단이다. 그래서 당시에 우리 군에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이 있었다면 조기경보활동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최소한의 대응태세를 위한 경보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독자적인 고해상도 군사정찰위성 사업의 필요성이 본격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군의 독자적인 4ㆍ25 군사정찰위성 사업 추진은 국가정보기관이 군사위성을 직접 운용해주겠다는 비현실적 제안과 함께 관련 부처 간의 이기주의로 반대해 수년 동안 지연됐다. 군의 요구대로 추진됐다면 이미 독자적 군사정찰위성이 상당한 숫자로 우주에서 임무수행 중이며 고도화된 북 핵ㆍ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금번 발사에 성공한 1호기는 광학(EO/IR) 위성이다. 카메라 센서가 사람이 직접 보거나 망원경을 통해서 보이는 것과 유사하게 촬영하는 센서다. 주간에 촬영이 가능하다. 후속 발사할 군사위성 4대는 레이더 위성(SAR)이다. 센서가 레이더이기 때문에 주야 전천후 임무가 가능하다지만 레이더 반사파로 형성되는 사진은 흑백의 형체로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장 같은 큰 건물을 구별하기 용이하나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장사정포나 미사일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는 특화된 전문판독관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주요 표적은 광학 위성으로 주간에 촬영하여 식별한 적의 무기체계를 광학위성 감시가 제한되는 야간이나 우천시에는 레이더 위성을 통해 기인지한 위치를 추적하여 감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으로 레이더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광학위성으로 추적하는 방법도 물론 사용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광학 위성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신뢰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고해상도 광학 위성에 의한 검증이나 최종확인 과정은 필수다.

 

그래서 현재 4ㆍ25 군사정찰위성 사업에서 광학 위성 1대로 주간시간대를 군사적으로 커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또 하나 4ㆍ25 군사정찰위성의 재방문주기를 단축하고 군사정찰임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소형이나 초소형위성은 대부분이 레이더 위성이자 저해상도로 장사정포나 미사일 종류를 구분할 수 없는 성능인데도 4·25 군사위성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재검증이 요구된다. 단지 작은 위성을 많이 띄우면 산술적으로만 재방문주기를 단축할 것으로 착각할 뿐 군사적 가치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우리 군의 독자적 군사정찰위성의 임무는 더욱 중요해졌다. 뭐니뭐니해도 으뜸은 고해상도다. 핵시설에서 은밀하게 이동하는 핵무기와 이동식발사대(TEL)는 저해상도로는 구별이나 추적이 어렵다. 고해상도만이 그나마 적시성을 가질 수 있다. 군사정찰위성의 숫자도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최소한 광학위성 및 레이더 위성이 각각 4~6대 정도는 우주 상공에 상시 떠서 균형감 있게 궤도를 돌아야 비로소 군사적 기본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예산, 발사 및 수명주기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의 서브 30㎝급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임차하는 방안도 적시적인 대안이다. 상대의 무기체계를 분별 못 하는 저해상도 위성사진은 군에 제공해도 군사적 가치가 거의 없어 인력과 예산낭비다. 미래 ‘우주항공청’이 국가차원에서 교통정리 할 숙제들이다.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방 해상에서 우리 군이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엔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한 지구관측용 소형 인공위성이 탑재됐다. 뉴스1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방 해상에서 우리 군이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엔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한 지구관측용 소형 인공위성이 탑재됐다. 뉴스1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공개하고 다양한 핵무기 투발수단인 신형 미사일들을 배치하는 이 시기에 우리 군이 추진 중인 군사정찰위성이 뒤늦게나마 우주상공으로 올라가기 시작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후속사업인 2차 4ㆍ25 사업도 위성의 수명주기와 추가 확충소요, 광학 위성과 레이더 위성 균형적 비율 등을 고려해서 1차 사업 종료 이전에 시작해야만 우주에 떠 있는 군사정찰위성의 숫자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불법적인 무기 밀거래와 상거래가 이뤄지는 북ㆍ중ㆍ러 국경 지역이나 유사시를 대비한 중러의 군사활동 감시에도 우리의 군사정찰위성이 매우 긴요하게 활용될 시기가 도래했다는 변화된 안보 위협환경도 잊지 않길 기대해 본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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