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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그대는 무진장한 물의 몸이면서

저렇듯 그대에 대한 목마름으로 몸부림을 치듯

나도 나를 끝없이 목말라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시도 벼랑 끝에 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

 

유하, 시집 천일마화 중에서......

 

 

 

우선 이렇게 아주 완벽한 시를 쓴 유하 시인께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

시가 쉬운듯 어려운데, 그것은 위 시가 우리의 삶의 한 핵심 문제를 그대로 짚어내어 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이 시의 내용에 대응하는 우리 삶의 그 핵심적 문제(우리 삶에 대한 갈증, 우리 자신에 대한 갈증)가 안개에 갇혀 있으니,

시를 아무리 읽어봤자 답은 나올 수가 없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왜 끊임없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목말라 하는가?

삶을 영위하고 할수록 왜 우리는 늘 벼랑 끝에 서 있는가? 왜 늘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가?

작가의 진지한 물음에 독자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얼핏 보면 이 시는 그 구성의 완벽함이 돋보이는 것 같지만, 실은 이렇듯 우리 삶의 핵심적 부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 아닌가.

 

아마 누구도 정확하고 완벽한 답은 제공하지 못할 것 같은 이 시의 물음(?)에 대해,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본인은 이 갈증과 위태로움이 우리 존재의 근원적 문제라는 점에 동의함과 동시에,

또 다른 측면으로 그 원인 중 하나가 현대인들의 삶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현대인들은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 그 중심을 삶 자체에 두지 못하고

끊입없이 외부의 것에 현혹되고 매몰되어 버린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가 삶이 실종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온갖 삶의 외부 요소들이 (그 자체로는 좋은 것들도 많이 포함하여) 우리의 삶에 침투하여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삶의 모습이 어떤 특정한 모습을 정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외부의 여러 요소들과 우리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 우리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친 것이 문제이다.

예술이니, 학문이니, 특히 직업이니 하는 것들이 우리의 삶의 한 부분으로써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주가 되어 삶을 송두리째 잠식해버린다면,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외부의 가치들이 삶 자체의 가치와 섞여 상호 피드백 되는 게 아니라,

독단적 가치를 가지게 될 때까지 온 것이 바로 지금의 세태라고 본다.

우리는 그 어떤 것보다 우리의 하나 밖에 없는 삶에 충실해야 한다.

아니 삶이란 규정된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니 여러 요소를 통합해 삶을 온전히 이루며 살아가야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삶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부차적 가치들이 삶을 잠식하는 세태가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 또한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명예니 아름다움이니, 학문이니 하는 것들에 시선을 뺏겨 왔는지 이제와서 통탄할 따름이다.

총체적으로 우리의 삶보다 앞서는 가치 따윈 있을 수 없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고, 그 인생이 바로 서려면 일단은 생활이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일상 생활이 바로 서지 않고, 다른 외부적인 것들로 그야말로 외부적인 것들로 핵심을 땜빵하듯 대체하려고 한다면

우리 삶이 바로 설 수가 없을 것이다.

 

지식, 명예, 금전, 성취, 학문, 예술...... 모두 좋은 것들이고 필요한 것들이지만,

필자는 이것들이 우리의 삶에 적절히 녹아들때 의미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들에 매몰되어 삶의 가치와 시간을 상실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유하의 시에서 출발하여 이야기가 좀 엉뚱한 곳으로 간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탁월한 그의 시 덕분에 삶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시인께 감사한 마을을 가질 뿐이다.

완벽한 시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16-03-05, 지식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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