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꿈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첫 꿈에서 깨어난 날 아침 그는 얼마나 고요해 보였을까,
자음이 생겨나기도 오래 전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붙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슬며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단 말인가, 홀로 생각에 잠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인 뒤에만 만질 수 있었던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짐승의 숨결을 어찌하여 그리 생생하게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 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홀로 있고 싶어
자리를 떠나 호숫가로 갔겠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젊은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과
가만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였을 것이라는 것 뿐, 만일 당신이
거기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녀를 보았더라면
당신도 그 사람처럼 호숫가로 내려갔으리라. 그리하여
타인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이 세상 첫 남자가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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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는 시원의 인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우리는 어느 정도 고고학적 발견에 의존하여 과학적 추리를 한 것을 받아들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면만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초기의 인간,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빌리 콜린즈라는 이 미국 시인은 우리의 진부한 상상이나 흔한 추측과는 상당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인류 최초로 꿈을 꾼 남자라는 다소 동화같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의 원시인류관을 피력하는 것이다.
최초로 꿈을 꾸었던 남자와 여자는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꿈을 반추하고 있고,
꿈 속에서 짐승의 숨결을 느꼈던 아름다운 순간, 즉 자연과 교감했던 순간에 감탄하며,
또한 집단에서 잠시 물러나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사색하며 외로움을 느끼며 또 서로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인간답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의 견해가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는가에 대해선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역시나 근거 없는 오늘의 우리의 인류 진보사관에 역시 우리 또한 너무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는 시원의 인류에 대한 작은 추측을 통해 우리의 오만과 진보에 대한 지나친 믿음, 그리고 인류의 과오를 은근히 비판하면서도
또한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펼치는 놀라운 글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은 이룩한 것 못지 않게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인간성, 대자연, 삶의 가치들과 의미들......
아마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작가는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짚어냄으로써 인류 진보의 믿음이라는 허상을 고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특히 도시의 삶은 정말 가치와 의미를 찾기 힘든 시대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간직하거나 회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시인 듯 하다.
스콜라 지식블로그, 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