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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는 물론 요즘의 시가 대개 그렇겠지만 일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것은 이미 이런 경향이 주류가 된 지금 시점에서 이야기하면, 작가가 ‘경험’과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리얼리즘의 사상적 이유라기 보다는, 작가가 오늘날의 우리의 심경과 문제들을 호소력있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그러한 일상적 소재들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 세운상가 거리, 청계천 뒷골목 분위기나 남대문 시장, 지금 누구나 다 보는 TV, 연예인, 영화,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소 신선하게 보이는 ‘24시 편의점’ 등이 있다. 물론 시집 전체가 그런 소재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전통적 소재들과, 관념적인 소재, 감각적인 소재, 다른 문학 작품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소재들은 ‘세운상가 거리’같이 작가 특유의 경험을 반영하는 소재와 독자와 공통되는 소재들로 구분될 수 있겠지만, 어느 경우라도 다 독자들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으며 주제를 형성하는 데도 무리 없이 잘 혼재 되어 있다고 본다. 오히려 뒷골목 문화를 너무 강조한 듯이 독자인 나에게는 보이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가 대단히 유행하고 이런 작품, 철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서 볼 때 독자가 ‘공감 형성’에 너무 치중한 거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또 이 시에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모방의 표현, 혹은 소재, 제목 인용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느림’, ‘나는 뻐꾸기로소이다’, ‘거미 여인의 키스’(-분명 마르케스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본딴),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 ‘드루 배리모어, 장미의 이름으로’, ‘술과 장미의 나날’ , ‘달의 몰락’, ‘남대문 천사의 시’ , ‘저수지의 개’ 등등 (아마 본인이 모르는 다른 인용 제목들도 더 있을 것 같다) 상당수 인데, 이렇게 한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제목이라는 것에서 요구되는 절제된 표현을 위해서가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한다.
 
 
 
시의 소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 이런 소재들은 물론 오늘날의 우리의 주제들, 생각들, 감성들로 이어진다. 시를 한 주제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즉 그러한 것들이 표현에 앞선 가치를 가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므로, 개별 시를 구체적으로 논하면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첫 시는 <재즈처럼 나비처럼>인데, 이 시는 시의 첫 도입부답게 작가의 심경과 처지,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서른 셋, 갈수록 멀리 쓸려가는 삶 / 재즈처럼, 예정된 멜로디의 행로 바깥에서 / 한참을 놀다, 아예 길을 잃었네”
너무 쉬운 언어로 쓰여 있고, 또 주제도 요즘 너무 흔하기 때문에 진부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호소한다.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감정인 일탈감, 소외감, 세상과의 거리감 등의 심경이 매력적인 표현과 함께 잘 나타나 있다.
그러면서 ‘한참을 놀다’, ‘토마토를 심고’, ‘하모니카를 불었지’, ‘사랑이 나를 즉흥적으로 연주할 뿐이었네’, ‘나비의 발길’ 등의 감각적인 표현을 써서 작가 세계를 말하고자 시도한다. 이 중에서 특히 “마음은 그냥 샛길의 연못에 남아 놀고 있는데 / 육신이 뒤꿈치의 끈으로 북을 두드리며” 라는 시구는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가볍고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세계는 곧 이어 <술 하나, 달 두 개> 라는 시 이후에서 화려하게 표현된다. 시 전반에 쓰인 색채적인, dynamic한 단어, 표현들이 본인에게 과연 시인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본인은 시집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어 시에서 이런 언어의 감각적 재미를 느낀 것은 아마 거의 처음 인 것 같다. 대단히 역동감이 넘치는 이 시에서 작가는 “그러나 난 노래할 것이다……”, “…… 나는 돌아갈 것이다…… 시가 꼴리는 꽃의 음문으로”라고 말하며 자신의 바람과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는 다음 시들에서 더 구체적으로 계속 논의, 형상화 되는데, 본인 같은 독자가 시를 요약한다는 것이 우습고 모순되겠지만, 굳이 옮겨 발췌해 본다면 <휘파람새 둥지를 바라보며>에서 가벼움, 휘발성을 노래하고, <느림>에서는 “나 빠른 시간의 물살 바깥에서 따스한 알로 정지한다” 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쓰면서 이렇게 계속 다음 시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가볍고 순진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노래하는 작가도 갈수록 한편으로는 갈등도 일으키는 것 같다. 즉 ‘새들의 화려한 움직임을 노래하고”, 또 “바람은 들꽃의 흐느낌이 되어 내 세포들을 춤추게 만들고”,  “꿀벌의 등을 타고 시의 세계로 날아가고자 노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젠 <나는 뻐꾸기로소이다>에서 볼 수 있듯이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며 신성을 연주하고 / 개개비는 햇살의 음표를 물고 날아와 / 갈대의 오선지 위에 둥지를 트는데”, “나는 시계 속에 알 밴, 호시탐탐 개개비의 둥지를 노리는 뻐꾸기임을, 절름발이 작곡가”임을 인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즉 순수한 열정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서히 자신과 주위 상황들이 의식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의 소재들의 이미지와는 다른 소재들도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시냇물은 너무 쉽게 날 받아들인다>에서 “내가 지나온 길은 늘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으며…”, <시집 속에 산비둘기를 가두다> 에서는 오히려 이제 현실이 아닌 시의 세계에서도 겪는 작가의 갈등이 드러나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으로 시집이 구성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소재와 시도들이 계속 이어진다. 희망, 퇴폐(<거미여인의 키스>), ‘중독적인 사랑’, ‘질주’ 등의 시가 이어지고,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에서는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미학이라 할 수 있는 (-전적으로 본인의 생각이지만) ‘그리움’이 오히려 견디기 힘든 중압감, 중독성으로 다가오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견디는’이라는 단어를 써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드루 배리모어, 장미의 이름으로>에서는 ‘향기-악취’라는 영원한 주제를 논하고 있고, 이런 애매한 관계는 다음 시 <내 몸을 걸어가는 길>에서 ‘추억-미래’로 또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위의 시들 I 부에서 작가가 시적 세계에 대한 열정과 갈등을 보여줬다면, II부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는 작가의 경험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들이 더욱 현실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청계천 문화나 대중문화를 특히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이 II부의 특징이다.
시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1>에서 이러한 내용이 잘 드러나는데 ‘금지된 것들에 대한 열망’, ‘등록 거부한 세상’, ’들끓는 해적’, ‘지하 세계’ 들을 말하며 나름의 시적 세계를 펼친다.
 
 
 
II부에서 인상적인 시는 <참치죽이 있는 LG25시의 풍경1>인데, 편의점을 소재로 한 것도 독특하고 또 편의점에 관한 작가의 생각도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씌여졌다. “24 시간의 일상, 그 끄트머리엔/ 25시라는 상상의 편의점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와 같은 순수 언어적 표현도 있고, 냉장고 문을 열자 “그랑부르를 잃어버린 참치의 고독”을 도입하면서, ‘인생의 편의’, ‘허망함’, ‘그랑부르’ 등 다른 소재, 주제로 이어지는 표현들도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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